태풍의 세력, 왜 대만을 지나며 달라질까?
지형, 해수 온도, 카르만 소용돌이까지 태풍에 영향을 주는 요인 분석
태풍이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생해 북서쪽으로 향하다 보면, 그 경로에 놓인 대표적인 지형적 관문 중 하나가 바로 대만입니다. 종종 뉴스에서 “태풍이 대만을 지나면서 세력이 약해졌다” 혹은 “대만을 비껴가면서 강도를 유지했다”는 표현을 접하게 되는데요. 과연 대만이라는 섬이 태풍의 강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요? 그리고 여기에 종종 언급되는 ‘카르만 소용돌이’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태풍과 대만 지형의 관계, 그리고 기상학적으로 세력이 좌우되는 원인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해드립니다.
1. 태풍이 대만을 지나면 세력이 약해지는 이유는?
대만은 북서태평양 태풍 경로상에서 중요한 ‘지형적 요소’ 중 하나입니다. 대만이 태풍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① 육지와 접촉하며 에너지 공급이 차단됨
태풍은 열대 바다에서 생성되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생존과 강화에 따뜻한 해수면(26.5도 이상)에서 공급되는 수증기 에너지를 필수적으로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태풍이 대만과 같은 육지를 통과하게 되면, 수증기 공급원이 차단되면서 중심기압이 상승하고 풍속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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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통과: 수증기 공급 계속 → 유지 혹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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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통과: 에너지 공급 차단 + 마찰력 증가 → 세력 약화
특히 대만은 산악 지형이 발달해 있으며, 해발 3,000m급 중앙산맥이 섬을 종단하고 있어, 지형 마찰에 따른 와류(기류 뒤틀림)가 심화되고, 태풍 구조 자체가 붕괴될 수 있습니다.
✅ ② 지형 마찰과 수직 전단 증가
태풍이 대만을 지날 때, 지형에 의한 마찰이 커지면서 하층의 바람은 느려지고, 상층과의 속도 차이(수직 전단)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태풍의 중심이 불안정해지고, 구조가 일그러지면서 세력이 약화됩니다.
2. 반드시 약해지기만 하나요?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태풍이 대만을 지나며 반드시 약화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세력이 다시 회복되거나 오히려 강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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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동쪽 해안에서 빠르게 빠져나와 다시 난류 해역(해수면 온도↑)에 진입할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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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대만 북부나 남단을 스치며 대부분 해상을 유지할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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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층의 유리한 기류(상층 발산 구조 등)가 태풍을 돕는 경우
예시로, 2015년 태풍 ‘찬홈’은 대만 동쪽을 스치고 북상하면서 오히려 중국 상륙 직전까지 강한 상태를 유지했으며, 2021년 ‘찬투’ 태풍도 대만 인근에서 진로를 틀며 장기간 세력을 유지한 바 있습니다.
3. 그렇다면 카르만 소용돌이와 태풍은 관계가 있을까?
질문에서 언급된 ‘카르만 소용돌이(Kármán Vortex Street)’는 공기나 유체가 둥근 장애물(예: 섬, 산)을 지나면서 규칙적인 회오리 구조가 형성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위성사진에서 대만이나 일본 주변 작은 섬 근처에서 ‘줄무늬 회오리’ 형태로 관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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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만 소용돌이는 미시적인 기류 현상(수십~수백 km 범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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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수백~수천 km 범위의 거대한 저기압 시스템이기 때문에
➡ 태풍 자체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만, 태풍이 작은 섬이나 산맥을 지날 때, 그 주위 바람 패턴이 변형되면서 ‘국지적 소용돌이 구조’가 형성될 수 있고, 이것이 일시적인 태풍 경로 변화나 세력 변동에 일부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습니다.
즉, 카르만 소용돌이 자체가 태풍의 세력을 좌지우지하는 요인은 아니며, 태풍의 세력 변화는 주로 해수 온도, 수증기 공급, 지형 마찰, 수직 전단 등 보다 광범위한 요소에 의해 결정됩니다.
4. 정리: 태풍 세력에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
요인 | 설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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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온도 | 26.5℃ 이상이어야 태풍이 유지·강화됨 |
수증기 공급량 | 따뜻한 바다에서 지속적인 수증기 유입 필요 |
지형과 육지 마찰 | 대만처럼 산지가 많은 육지를 지나면 약화 |
수직 바람 전단 | 하층과 상층 바람 차이가 크면 구조 불안정화 |
상층 유동(발산) | 태풍 상부에서 공기 흐름이 원활하면 강화에 유리 |
진로 변화 속도 | 이동 속도 느릴수록 에너지 손실 가능성 증가 |
✅ 마무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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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대만을 지나며 일반적으로 세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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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지형 마찰, 수증기 공급 차단, 중심 구조 붕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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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드시 약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며, 태풍이 바다 위에 머물며 수증기를 계속 공급받을 수 있다면 세력을 유지하거나 재강화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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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만 소용돌이는 태풍 세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며, 미시적인 기류 현상에 해당됩니다.
태풍은 단일한 요소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 기상 시스템입니다. 앞으로도 한반도와 인근 해역에서 태풍이 발생하거나 접근할 때는 위치뿐 아니라 주변의 해수 온도와 기압 배치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